• 사랑의 소리가 되어라
  • 2025. 8. 13. 17:48
  • 언니는 울고 있었다. 뚝뚝 커다란 눈물방울을 흘리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을 흘려보냈다. 부모님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모든 그것들에게서 동떨어진 채,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영영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특출 나게 빠른 다리도 강한 힘도 귀도 꼬리도 없다. 그럼에도 슬프다는 것만은 전해져 와서. 괴로워서. 그렇기에 내가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동떨어진 나라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뺨이 뜨거운 것도 개의치 않고 손을 마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니, 나, 꼭 트레이너가 될게. 트레이너가 되어서, …꼭, 언니의 꿈을-

    …-아.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가 멀게 된 의식을 되찾아준다. 흐릿한 시아는 손에 잡힌 안경이 금세 되찾아주고, 아직 몽롱한 기색이 남은 의식은 억지로 몸을 움직여 출근 준비를 하며 되찾아본다. 검은 머리끈으로 질끈 머리를 동여매고, 안경을 고쳐 쓰고 하늘색 넥타이를 목에 매며 밖으로 향한다.

    …익숙한 꿈을 꿨었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어제 일이라도 되는 듯이 생생히 떠오르는, 꿈에 대해 당당히 선언했던 그 날을. 그 뒤로 몇 년이나, 그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반짝이는 그것을 손에 잡는 미래만을 망상하면서, 당신들의 웃는 얼굴을  선명히 기억해 내면서. 그러나, 지금은 어떻지?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군다. 이런 생각을 해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알고 있다. …알고 있기에, 더욱이 갑갑할 뿐.
    알지 못하는 그저 어두운 길을 끝없이 나아가는 데에는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만 계속해서 들었다.

    -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라고 모든 트레이너에게 물어본다면 각양각색의 대답이 들려오겠지.
    나의 경우, 꿈을 품었던 날은 조금 이전이었다.
    우마무스메이자 트레센 학원 입학 예정이던 언니가 학원으로 가기 전에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언니 손에 이끌려 봤던 터프를 달리며 환하게 웃는 언니의 모습을 처음 봤던 날.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렸다. 햇살처럼 웃는 언니가 행복해 보여서. 날씨가 화창해서, 터프의 잔디 하나하나가 반짝이며 빛나서. 그렇게 기쁜 얼굴을 하는 언니가, 저는 절대로 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터프를 질주하는 언니가. 터프에서 가장 빠르게 결승선에 들어오는 상상 속의 언니가, 그러면서도 모두와 함께 한번 더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레이스를 하는 언니가, …좋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방금 알아버렸다. 

    소리가 눈사태처럼, 파도처럼 밀려온다. 발걸음의 소리가, 숨소리가, 연주하듯 어우러지며 화음이 되고 화음이 겹쳐 음악이 된다. 모두가 선두에 서겠다며, 탐욕스럽게 눈을 번뜩이며 달린다. 자신이 연주를 이끌어가기 위해, 그 무엇보다 아름답기 위해!
    그리고 그 곳에서 몇 번이나 봐오고, 몇 번이고 나에게, 즐거운 일을 알려줬던 너는-

    “…가라”
    떨리는 목소리가 제 멋대로 목을 열고 나온다.
    “가라… 달려, 사운즈 오브 어스…!”
    두근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목이 메고, 울렁거리는 감정이 금방이라도 온몸을 터트릴 거 같은데도, 나는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여서-
    “너의 음악을 연주하는 거야,어스~!!!”
    남들의 시선에도 주눅들지 않고 외친다. 가슴깨가 뻥 뚫린 듯 시원한 기분이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말아.

    …아아, 어쩜 저렇게도-
    순수하게, 달릴 수 있는 걸까, 저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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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자그마치 3년이다. 오직 ‘최고의 세션’ 만을 위해, 그런 그녀가 터프에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 손을 잡고 달려 나간 시간이. 반짝이는 세계에 수 놓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어져올 노래와 함께 했던 3년은, … 일단락은커녕 또다시 길게 이어질 것이다. 어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렸으니까 곧 올 것이다.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와 기분 좋은 노랫소리와 함께. 어쩌면 바이올린을 켜며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마라카스를 흔들며 올 수도 있을 것이고. 언제나처럼 활기차고, 다정하고, …레이스와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가득 품에 안아 오겠지. 방금 전 어스의 동기 친구들이 잠시 들러 즐거운 수다를 떨다가, 가기 전 툭 던지듯 하고 간 말이 인상적이었다. … ‘당신에게 어스는 어떤 사람이야?’ 그 말을 아주 오래오래 입에 물고서, 자리를 정리하면서도 생각했다.

    사랑이 대체 뭘까.
    그때의 나는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한참이나 의문 어린 표정으로 질문을 했던 선생님을 바라보았고, 겨우 뜻을 이해하자 한참이나 고개를 떨구고 우물거리다가 결국 아이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듯 도망쳤었다. 애초에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과 사랑이라는 것은 마치 바다 건너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와 친해지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있을 수도 있겠지. 그치만 보통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할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여 사랑을 말하는 일들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치고, 괜히 더 날카롭게 대응했던 나날들을 기억했다. 
    그러나, 저의 양부모님-지금의 부모님-께서 이제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고 손을 뻗어, 그 뻗은 손에 조심히 다가가 마주잡았던 날을 기억했다. 가족이 생긴다는 기쁨에 벅차서 무어라 하지 못하고 품에 안겨있던 날을 기억했다. 그들에게 오직 가족이라는 이유로 따스한 환대와 호의를 받으며, 그리고 그들에게서 저에게 아무 이유 없이도 호의를 내밀던 이들을 기억하며, 아, 이게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을 언뜻 했던 거 같다.
    사랑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사랑은 이렇게나 따스하고 몸에 스며드는 것이구나. …행복하다, 라고.

    만약 지금의 나에게 다시 그 질문을 한다면, 난 분명…

    “나는…사운즈 오브 어스를 사랑해. …그 애야말로, 나에게는 분명히 ‘사랑’ 이니까.”

    이렇게, 답하겠지. 이렇게 답할 수 밖엔 없어. 그 애가 달리고, 노래하며 전하는 그 사랑은 나에게도 구원이 되었으니까.
    분명 전해지겠지, 숨길 수는 없어. 그 애는 소리로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 오히려 숨기지 않을 거야. 그 애가 전해준 그대로, 나의 사랑을 전해주겠어. 필사적으로 연주하더라도 좋아. 오직 진실된 마음만을 너에게 보이고 싶으니까. 그러니 부디-

    “아, 어스! 왔어? …응! 오늘도 최고의 세션을 하자!”

    후회 따위 한 점도 남기지 않을 최고의 음악을 남기자,
    우리의 음악이, 이곳에서부터 다시… 세계의 소리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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