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인을, 트라피체는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해를 향해 시들 때까지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처럼 일관적이게 맹목적이고, 저 밖에는 보고 있지 않다. 태양은 저가 아니라 달을 지칭하는 도련님일 텐데. 저는 달조차 될 수 없다, 기껏 해봐야 유성이란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돌덩이에 불과하겠지.
…그럼에도,
그분이 정말로 해를 보듯 저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 어떡하지?
이길 수 없는, 이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애매한 마음가짐의 우마무스메. 오직 존경하고 동경하는 사람을 따라잡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달리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실격인 우마무스메인데.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그렇게나 열렬하게, 열렬하게, 또 열렬하게.
…나에 대한 마음을 계속해 불태운 채로, 마치 해바라기처럼 내 우승만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정말로 어떡하지. 문득 달을 보며 트라피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일은, 레이스의 날.
트레이너 선생님과, 처음으로 ‘배우자’ 가 아닌 ‘이기자’ 로 결의한 경기.
처음으로, ‘달리고 싶어서 정한’ 경기.
불안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자꾸만 두근거리고 있는 저가 있다. 자는 게 어려울 거 같기만 할 정도로. 이길 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나는 자꾸만-
…정말 어쩌지.
트라피체는 저의 주인이 항상 넥타이를 고쳐 매주는 것을 좋아했다.
트라피체는 항상 완벽하게 넥타이를 맬 줄 알았지만, 이것은 징크스, 혹은 버릇이었다.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무사히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 온전히 레이스를 즐기기 위한 마음이 담겨있음을 트라피체가 모를 리는 없었고, 거부하지 않았다. 나중엔 그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넥타이를 엉성하게 한다거나 묶지 않고 부탁하기도 했다. 항상 다정한 손길을 받으면 기분이 좋았다.
겉옷에 손을 넣고, 옷깃을 잘 정돈한다.목의 칼라를 잘 접어 각을 맞추고, 머리 장식이 눌리거나 삐뚤어지진 않았는지 거울을 보며 정돈하고, 주인님의 도움도 빌린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제야 주인님은 한 걸음 물러서선 저를 바라봐준다. 손을 잡고, 제대로 눈을 맞추며, 허둥지둥 말을 쏟아놓는다.
…아, 안 돼.
눈동자에 품은 빛이 너무 열렬하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그저 볼품없는 돌덩이에 불과하다 말해줘도, 태양을 보듯 한 치의 의심 없는 열렬한 눈동자에, …잠겨 버릴 거 같다는 착각마저 들어.
…질 거 같다는 불안감이나, 정말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따위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스스로 넥타이의 접합부에 연결한 브로치를 거칠게 끌어내린다. 당황하는 시선이 보이면 그 손을 이끌어 목 언저리로 가져가. 저가 생각해도 당돌한 말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주인님, 부디 넥타이를 묶어주세요. 숨이 막히지는 않을 정도로 강하게. …그러면, 저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부디 객석에서 기다려 주세요. 바래 주세요. 아주 사소한 거여도 좋아요. 무사히 완주해서 아무렇지 않게 홍차를 끓여달라거나, 하는 일들도 좋아요. 부디 저에게 바래 주세요. 아주 거창한 것이더라도,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이루어 드릴게요. 그게 사용인의 올바른 마음가짐이고, 행동거지이니까. …부디 약속해 주세요. 열렬히 바라겠다고, 저의 승리를 바라겠다고…
떨리는 손으로 넥타이를 조여매는 것을 바라본다. 완벽하게 정돈된 옷을 다시 한번 빙글 제자리에서 돌아 확인하고는, …더 가감하지 않고 패덕으로 향했다. 놀라 뒤따라오는 주인님에게는,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 나중에 홍차를 드리며 내 행동에 대해 사과드려야지. …그치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질 거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서.
이기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
…처음 느껴보는 기분인데 나쁘지 않아. 괜찮죠, …주인님?
다녀오겠습니다, 트레이너 선생님…주인님.
당신에게, 가장 커다란 해바라기를, 영광을. 열렬히 바라봐주는 당신에게 오늘만큼은…
…그 무엇보다 빛나는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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