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로는 이상하게, 손 깍지 하면 부끄러움이 앞섰다. 어릴 적 봤던 동화에서 사랑에 빠진 둘이 손깍지를 끼고 사랑의 맹세를 하며 입을 맞추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체온과 체온, 살과 살, 손가락과 손가락이 밀착한다는 행위의 자극적임 탓일까. 설명은 잘할 수 없었지만 유독 그랬다. 전에 제 ‘누나’가 손을 무심코 깍지 껴 잡았을 때 그런 건 좀 더 연인 사이에 하는 게 좋다, 따위의 말을 했을 때 특이하다는 눈으로 바라봐졌지만… 조금,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이 생각을 꺾기엔 조금 부족해서. 보폭을 맞추어 걷는 것도,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걷는 것도 괜찮지만… 왜인지 손깍지만큼은 어딘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 하야미츠 메구로는 성인이 되었다. 성격은 좋았고, 외모나 행동거지에 특별히 문제 될 것도 없었지만 특유의 무던한 성격이 재미가 없다거나,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거나. 혹은 메구로 본인이 구애를 밀어냈다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생각이 고쳐지거나 바뀔 일도 없이 그대로 어른이 되어…
“정, 정말로 말했던 곳이 여기가 맞니 그랑…?”
“네, 네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 간단하다. 슈발 그랑이 제 언니와 제 여동생이 트레이너와 함께 먹으러 갔다는 파르페가 꼭 먹고 싶다… 그리 고백해 왔기 때문에. 거기다 크기가 크기 때문인지, 가게의 특별함 때문인지 2인 이상이 아니면 주문도 받지 않는다나. 마침 최근 힘든 트레이닝을 무사히, 불평 하나 없이 완수해 낸 그랑이었기에 뭐든 들어줄 생각이었지만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치도 못했기에 메구로는 두 말 않고 수락했다. 그리고 이후 찾아온 휴일에 슈발의 안내를 따라 상점가의 조금 깊숙한 골목길을 돌자마자 눈앞에 들어온 광경이…
[커플 이외 입장 불가! 커플 인증 전까지 메뉴 주문 불가 ♡커플전용카페♡]
라는 안내문이 큰 글자로 적혀 있는…분홍빛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였으니까.
“그, 그랑?”
“아, 아아아아니에요…! 저, 전 그냥 비블로스랑 언니가, 언니가…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갔던 가게, 파르페가 굉장하다고만 들어서…!”
“아아…”
그랑의 입에서 비블로스, 란 이름이 나오자마자 메구로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비블로스라면 넉살이 좋은 편이니 무조건 저 가게의 파르페가 먹고 싶다던가, 커플이라면서 다정하게 둘의 팔짱을 낀다던가 하는 식으로 직원들이 넘어가게 만들었을 테니. 비블로스의 트레이너이신 선배님도 비블로스의 애교에 막 잘 대처하는 느낌은 아니었고, 베르시나야 웃으며 동생의 어리광에 넘어가 줬을 테니… 관심을 가지는 그랑에게 어떤 정보만 알려줬을지도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해 약간 곤란한 기색이 깃든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문제가 있다면 그랑이 이걸 꽤나 기대했다는 것이고. …안 그래도 식욕도 왕성한 아이인 데다 황금 같은 쉬는 날을 소비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고, 거기다 그 소심한 아이가 자기에게 용기를 내 신청한 것인데… 여기서 돌아가면 필시 크게 낙담할 터다. 그리 생각하자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다.
더 생각하지 않고 손을 와락 잡자, 그랑의 눈이 커졌다.
“가, 가자 그랑!! 꼭 먹고 싶었던 거잖니, 특제 파르페?! 그, 거짓말…은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힘낼 테니까!!”
“…!! ㄴ, 네!! 여, 열심히 할게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트레이너로서 담당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길을 찾는 거다. 그리 단호하게 결의하고- 손을 맞잡은 채로 건물의 안 쪽으로 향했다.
…
거짓말 같을 정도로 입장은 수월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적당한 자리(왜인지 모든 좌석은 2인석 아니면 그 이상뿐이었지만)까지 잡을 수도 있었다. 그래, 이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저, 저…이 2인용 복숭아 파르페 하나요.”
“♡러브러브♡납작 복숭아 파르페 말씀이시군요~! 저희 가게의 원칙으로 주문 들어가기 전에 커플 인증을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고객님?”
“아아, 네…에.”
이, 무엇인지 감도 오지 않는 ‘인증’ 이 무서울 뿐이지. 당장 무엇을 요구할지 모르니 커플이 아닌 둘은 초 긴장 상태였다. 무엇인지 감도 안 오고, 인터넷으로 뒤늦게 뒤져봐도 인증에 대한 내용 따윈 없으니.
“너무 외설적이거나 법적으로 위반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인증은 편하게 가능합니다~ 기념일 커플 아이템이나 함께 커플 스폿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의 인증이라던가, 당장 없으시면 일정량의 스킨십으로도 직원 재량에 따라 통과가 되니 편하신 걸로 인증해 주세요~!”
“아아…네에…”
큰일 났다. 기껏 해봐야 사귄지는 얼마나 되었느냐, 애인이 좋아하는 음식은 뭐냐 따위의 질문을 할 줄로 알고 그 정도라면 함께 지낸 기간 덕분에라도 그랑에 대한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저가 틀릴 리가 없다고, 그랑도 분명 그럴 걸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인증이 더 철저하잖아. 어쩌면 정말로 못 먹게 될 수도 있겠다. 분홍빛과 흰색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고 친절하게 웃는 직원의 미소며 흘러나오는 사랑 노래가 죄다 제 목을 바싹 조여 오는 것도 같아 지금이라도 모든 걸 실토하고 도망가고 싶어 져서. 그러다가도 슬쩍 돌아본 그랑의 얼굴이 울상이 된 것을 보면… 또다시,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어져 버린다.
짐승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면…무어라도 입에 물고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손을 와락 잡는다.
약간 놀라 굳어진 손을 무시하고 손가락을 파고들게 하면 이내 조금 머뭇거리는 듯했던 손가락이 마주 손을 꼭 잡아오는 감각. 인간보다 약간 높아 따스하기까지 한 체온을 공유하는 감각에 얼굴까지 열이 오를 듯했다. 동요하면 안 돼. 그랑까지 당황해 버리면 거짓말이라는 걸 들켜 버려. 고작 파르페 하나에 이렇게 굳은 결의가 필요한가, 싶으면서도 말은 마치 몇 번이나 연습한 듯 오히려 술술 튀어나왔다.
“저, 저…사실 다른 사람들이랑 손깍지 하는 걸 엄청 부끄러워하는데… 연인끼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연인, 이니까. 손깍지라던가… 괜찮아요!! 이렇게, 제대로 하고 있고… 더 꼭 잡을 수도 있고…그렇지, 그랑…”
“아, 아, 네에…! 저, 부끄럼이 많은 편인데…그래서 스킨쉽도 잘 못 하는데…이, 이 사람이라면… 괘, 괜찮아서…”
다행히 그랑은 금방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고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조금 더 손을 파고드는 감각이라거나, 손과 손이 마주 닿는 감각이 간지럽다던가 하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멋대로 얼굴에 열이 올라 점점 붉어지는 얼굴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할까.
“네에, 커플인증 완료되셨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주문하신 파르페 가져다 드릴게요~!”
“아, 아, 감사합니, 네헤…!”
이 인증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 직원이 등을 돌려 사라지는 모습을 한참, 한참 메구로는 바라보았다. 꼭 잡은 손을 놓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이나 그대로였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는데 어째서인지. 조금 더 높은 체온에서 오는 온기가 제 살에 녹아드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고까지 느끼는 것에 조금 놀랐다. 어디까지 저가 할 수 있을까, 궁금한 감각도 있었지만…
“ㅈ, ㅈ, 제소, 죄송해요!! 저, 저 터무니없는 짓을…그렇지만, 그치만…그게…”
“괜찮아! 내가 먼저 시작한 거고…오히려 내가 더 부끄러운 말을 했는걸… 장단을 맞춰줘서 고마워. 소, 손 많이 뜨겁거나 끈적거리거나 하진 않았어?”
“네, 네에…! 오히려…따뜻하고, 부드, 러워서… …좋았, 어요.”
“그렇, 구나…”
겨우 마주한 그랑의 얼굴은 홧홧했다. 눈을 마주쳐도 금방 눈을 돌리는 모습이 저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아니, 지금은 어쩌면 그런 말 할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제 얼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랑의 눈을 곧바로 피한 것도, 그녀 혼자만이 아니니까.
결국 기껏 시킨 파르페는 도저히 맛을 가늠할 수도 없었고, 손의 감촉이나 약간 더 높던 체온, 그랑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 제대로 먹기는커녕 말을 할 수도 없었기에… 전에 없는 조용한 디저트 시간이 된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그릇을 비웠는지 모르겠다. 제법 먹어치운 거 같은데 속도 울렁거리지 않았던 게 신기할 뿐이다. 그랑에게 소매 끝을 잡힌 건 슬슬 일어날까, 라 생각하고 코트의 매무새를 걸칠 때였다.
“트레이너 선생님…그, 그게…기껏 손도 깍지 껴 잡았는데…그러니까… 저쪽에서 의심하지 않을까요? 손을 그렇게나 꼭 잡을 정도의 커플이었는데 그냥, 손 잡고 있는 채로 나가면… 커플이 아니라고, 환불해 내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손, 잡고 갈래…?”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럴 필요까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저쪽에서 먼저 넘어갔으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되려 가게 쪽에서 지탄받을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랑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 어쩌면 나는… 이미 이 따스함에, 온기에. 포근함에, 녹아드는 조금 높은 체온에, 살을 맞대고 꼭 손을 쥐는 기쁨에.
크림이 가득 들은 파르페처럼, 설탕의 달콤함에 빠져들듯이.
이미 그 짧은 새에-
중독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는 손을 잡았고, 손가락을 마주하여 꽉 깍지를 꼈다. 마주 잡은 손은 트레센 학원 문턱을 넘어갈 때까지 누구도 먼저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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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기 있다~! 슈밧치~! 트레이너 상이랑 잘 다녀왔어?!”
“우, 와앗?! 비, 비블로스…! 놀랐잖아…”
“후후, 잘 다녀왔어? 슈발. 파르페는 어땠어?”
“파, 파르페…? 으, 으응… 맛있었던 거, 같아…”
“역시 슈바치가 좋아할 줄 알았어~!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잔뜩 꽁냥꽁냥 했겠네~! 부러워~! 슈바치 나랑도 꽁냥꽁냥 하자~!”
“아, 아니 꽁냥꽁냥이라니 그런 거 아ㄴ…! 너무 붙지 마, 으아아…?!”
“후후, 둘다 기운이 정말 넘치네… 비블로스? 슈발을 너무 괴롭히면 안 돼?”
“알겠다니깐~! 자아 자아 슈밧치~! 부탁해애~? 내가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가게’라고 추천해 준 거잖아? 상으로 나랑도 데이트 하자아~”
“에, 언니?! 으아아아아아-?!”
‘도저히 말 못해…손 깍지 껴 잡은 게 너무 기쁘면서도 부끄러워서 맛은커녕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었고, 오는 길에도 괜히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핑계를 대고 손을 꼭 잡은 채로 학원까지 걸어왔다고는…! 으으, …그래도, 고마워 비블로스… 정말로,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조금, 더… 가까워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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