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목걸이를 하나 받았었다.
목에 닿는 부분은 녹슬지 않는 신소재, 펜던트가 될 부분엔 아무것도 들지 않은 로켓 형식의 펜던트가 둘.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들어 부모님을 바라보면 부모님은 내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도 말했다.
세츠나, 너는 네가 비어있다고 말했지.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담을 수 없을 거 같다고... 그렇지만 분명 넌 담을 수 있을 거란다. 그야 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딸인걸. 거기다 넌, 어딘가 이상하거나 모자란 아이가 아니란다... 네가 정말 그 마음을 채우는 날이 온다면 이 목걸이에 담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것이 있을 거란다. 분명해. 그러니 부디 이 목걸이를 차고 있으렴... 언제라도 네가 원하는 것을 그 안에 담을 수 있게... 그때가 오면, 우리가 왜 펜던트를 두 개 준비했는지 알게 될 거란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는 건 정말로 ‘조금 이후’ 였다.
“아그네스 타키온-!! 아그네스 타키온이다-!!! 아그네스 타키온, 우선 1관-!!”
...심장 소리가 함성을 뚫고 나온다, 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자비하게 울려온다. 함성은 열광을 넘어선 중독이나 광기에 가깝다. 그것이 미묘하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광기 어린 시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달리기를 본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된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그랬으니까. 이제 아무도 그 달리기에 열광하는 나를...“이상하다” 따위 말할 수 없겠지.
급히 달려 나간다. 목이 메인다. 처음으로 밟아본 터프의 잔디는 내 생각보다 푹신한 동시에 딱딱하다. 타키온, 이름을 부르며 비틀비틀, 체면 신경 쓰지 않고 다가가면 이내 ‘사츠키상’ 의 우승 깃발을 두른 네가, 눈부시고도 찬란하던 네가 맞아주던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안에 또 하나 깊은 궤적을 남겼으니.
그때, 그 순간 나는 홀린 듯 손에 들려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목걸이를 연다. 한 구석은 비어있지만 한 구석은 채워질 수 있었던 목걸이를. 그 순간 휴대전화로 촬영했던 네 모습은 그날 바로 돌아가 출력해서 목걸이 속에 넣었다. 물론 더 잘 찍은 사진도 있고, 내가 같이 나온 것도 있다. 위닝 라이브 중에도 사진을 잔뜩 찍었다. 그렇지만… 이게 아니면 안 된다, 그런 확신 같은 것이 있었다. 비록 조금 흔들린데다 네가 이쪽을 보고 있지도 않지만… 이 사진이 아니면 안 돼. 그러고 있자면 이제 익숙한 일상 중 하나가 된 흰 천이 시야 위로 다가와 덮인다.
“또 그 목걸이에 열중하고 있는 건가, 모르모트 군.”
“타키온…”
소매 치워줘… 앞이 안 보이잖아. 부러 더 매정하게 내치면 너무하군! 많이 단호해졌어, 자네도. 같은 농조 섞인 목소리가 대꾸해온다. 마음은 아프지만 있는 대로 받아주기만 하다간 언제 소매로 묶여서 어떤 약을 먹여질지 모르니까. …세 번인가 같은 수법에 당하고 나서 익힌 대처였다. 목걸이를 자연스럽게 닫고 사츠키상의 영광을 일구어낸 그 몸을 본다. 벌써 그때의 ‘사츠키상’ 에서부터 2년이 조금 덜 되었다. 3년을 무사히 주파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신참 트레이너와 초광속은, 몇 개의 트로피와 함께 무수한 영광 속에 던져진 것이다. 당연히, ‘신참 트레이너임에도 우마무스메 하나를 단독으로 관리해 수 없는 G1의 영광을 누리게 만든, 재능 넘치는 젊은 트레이너’는 순식간에 관심과 스카우트의 중심이 되었으나…
“이야, 그보다 놀랐어! 설마 그렇게나 단호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너무 장난치는 건 그만둬…애초에 내가 다른 우마무스메의 담당이 된다던가 하는 일은 적어도 네 은퇴 이후니까…”
“큭큭! 그때 거절당해 돌아간 사람들이 들으면 울고도 남을 소리를 하는군, 정말이지…!”
제안은 수도 없었다. 팀 트레이너가 되어 주세요, 라는 부탁부터 지금보다 배, 아니 그 이상의 대가를 내놓으며 특정 가문이나 클럽의 전속 트레이너로 와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던 말은 ‘죄송합니다’, ‘거절합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바뀌지 않을 거 같으니 또 이런 권유를 하시는 건 자제해주세요,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학원 측을 통해 대응하겠습니다’ 가 전부였지만. 애초에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로 계약 연장을 한다, 이외의 선택지는 없던 사람에게 무언갈 기대한 쪽이 나쁜 것이다. 조사도 안 해보나, 그 사람들은? 애초에 무기력증과 우울감으로 인해 전부터 병원도 제법 들락거렸던데다 학창 시절 내내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편이라 쓰여 있는 사람한테 뭘 기대한 거람…그런 생각을 하며 어느샌가 탁자 위에 올려진 홍차 잔을 입가에 가져가면, 그 잠시 사이에 숨이 닿을 정도로 지근거리에 다가온 담당 우마무스메는, 목에 걸린 것을 가볍게 쥐어 펜던트를 연다. …한쪽이 비어있는, 사진을 넣을 수 있는 로켓 펜던트의 내용물이 말릴 새도 없이 모두 드러나 보인다.
“호오, 역시 [사츠키상]인가? 그렇지만 이런 사진을 넣다니, 예상외인걸. 좀 더 제대로 나온 사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둘이 같이 나와 있거나. 기념사진, 잔뜩 찍었잖나? 꽤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아, 그러고 보니 왜 한쪽은 비워둔 건가? 혹시 내게 더 많은 걸 기대하는 건가, 모르모트 군은? 아니면 저번에 채혈하면서 넣은 유전자 정보표라도-”
“잠깐…일단 진정해, 목 아파…”
차라리 풀어서 달라고 말하란 말이야. 한숨을 쉬며 목에서 목걸이를 빼낸다. 타키온은 가끔… …아니, 사실 자주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한번 스위치가 들어가면 말려지질 않아. 꾹 머리를 눌러 밀어내던 손을 그제야 거두자 뭐가 또 마음에 안 들게 만들었는지 부루퉁하니 입술을 비죽이는 모양을 애써 모른 체 했다. 애초에 내가 이 빈구석을 채우지 않은 이유는…말을 하려다가 불쑥 떠오른 생각이 입을 막는다. 그 생각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더 나쁘지 않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나 내 목걸이의 빈 부분이 신경 쓰이면…이번 주말에 같이, 채우러 갈래? 사실 말이야, 이거 부모님이 어릴 때 생일선물로 주신 거거든. 그러니까 너랑 부모님이랑 다 같이 사진 찍어서 넣고 싶어졌어. …충분히 소중한 것들만 넣으라고 하셨거든. …어때?”
“흐~응… 모르모트 군이 그렇게나 효심이 지극하다곤 생각 못했는데. …좋아! 동행하도록 하지. 나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자네의 ‘감정’에 유의미한 변화가 보여 그걸 관측하고 수치화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까! 그리고… 눈치채지 못했나 본데,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은 모양이야. 노란 빛으로 간격을 두어 빛이 나다니, 역시 이번 것에 감정에 따라 색과 발광 패턴이 변화하도록 만들어두길 잘했군!!”
“그래. 고맙…잠깐, 발광?? 너, 언제 또 약을…! 하아…그냥 마셔줄 테니까 제발 갑자기 이런 식으로 약을 먹을 것에 타서 놀라게 하진 말아 달라고 몇 번을…”
“이번 약은 수용성으로 제작되어서 어쩔 수 없었네!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 변화도 관측하고 싶었고. 그보다 정말 좋은 자료를 얻었어…! 자아, 자아! 맥박부터 피검사까지 전부! 시작해볼까, 모르모트 군!!”
“하하, 넌 정말…”
풀려버린 목걸이가 다시 손에 잡힌다.
새롭게 정의될 이야기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어린 아이처럼 가슴이 뛴다.
…이번 주말이 기대되어 견딜 수 없다.
안도우 세츠나는, 문득 사진을 남은 한 쪽에 채워도 괜찮겠단 확신이 섰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채우라던 그 펜던트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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