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쳐 보려고 했었다.
발버둥 치고 싶었다.
열심히 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최소한 주어진 다리로라도 달리면 조금 충족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품고 열심히 달렸다.
온 힘과 마음을 다해 달렸다.
그런데 말야, 내가 그렇게나 힘에 겨워서 헐떡이고 있자면,
그 앞으로 내가 전력을 다해 뛴 속도보다 더 빨리, 더 경쾌하게, 숨조차 한번 헐떡이지 않고 달려나가는 애들이 있는 거야…
그때 생각했지, 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헛된 기대라고.
 
뺨을 타고 물방울이 한 방울씩 흐르던 것이 이내 물줄기에 가까운 것으로 바뀌고, 하늘부터 사방이 어둑해진다. 신발에는 편자가 없다. 내가 딛은 잔디에는 발자국 하나 남길 수 없다. 우마무스메 이상의 각력이 없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우마무스메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그 정도의 재능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인간은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없다. 특히 달리기로는, 영원히. 압도적인 격차. 어느샌가 달리던 발이 멈췄다. 페가 아플 지경으로 헐떡여도 멀다. 사방이 어둡고, 하늘에서부터 내리는 빗줄기는 멈추지 않아.
 
이대로 영영 행복해질 수도 없는 걸까.
영원히 이 격차를 실감하면서.
압도적인 절망감을 느껴가면서,
이 삶에 신물이 날 정도로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면서…
인간의 지독할 정도로 긴 삶을…
…아, 그런 건 자신 없어. 이미 잔뜩 신물이 나 버렸단 말야. 미안하게도…
 
그래서, 그렇다면 차라리 새가 되어볼까. 하늘에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되어볼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뉴스의 한 줄 정도는 장식해 볼까.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아보고 맘껏 즐기고 아무 두려움도 없이 이 고통뿐인 삶에 스스로가 내리는 아름다운 종지부를 내어줄까…
라 생각한 찰나, 기분 좋은 느낌의 바람이 앞을 스쳐가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흰 빛의 옷자락이 펄럭이는 것이 눈에 잔상을 남긴다. 밤색의 단발. 수려한 몸의 선. 어느 하나 대단히 눈을 끈다기엔 모자란 것들 투성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한 순간이었지만 보았다. 똑똑히 보았다. 눈동자를 보았다. 붉은 빛, 아니, 푸른 빛이었나? 노랑 빛이었을지도, 흰 빛이었을지도…반짝거린다고 체감했다. 분명 앞은 새카만 빛으로, 영원 불멸 이어지고 있었을 텐데. 어둠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주장하듯 온갖 빛들이 그 흰 옷자락의 우마무스메가 가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오래토록 그 자리에 멈추었던 발이 근질거렸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광경이라서, 황홀경에 빠져 버렸다. 스쳐가듯 본 그 표정, 눈동자에 아른거리던 빛. 바람이 일 정도로 빠른 달리기, 이상할 정도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차이’ ‘다른 세계’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다음 순간이었다.
 
“모르모트 군, 뭘 하고 있는 건가?”
분명히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앞이라네, 라는 태연한 대꾸가 들려 분명히 얼 빠진 얼굴로 다시 앞을 돌아보고 말았다. 눈물이 날 거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한 얼굴이 있다. 웃으며 손짓하는 그녀를 보고 저도 모르게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쳐서 어쩔 수 없어져 버린다. 같은 선상에 서고 싶어. 저렇게 압도적이고, 멋지고,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동경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뒤쳐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따라가게 해 줘, 부디, 제발-
굳어있던 다리가 움직인다. 어쩔 줄 몰라서 손을 뻗는다. 조금이라도, 어서, 얼른…한 순간에 사라질 신기루일까 두려워 되려 더 조급하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발을 땅에 디딘 다음 순간,
 
…쾅!
 
침대에서 떨어지는 충격의 반동으로 눈을 뜬 세츠나는 멍하니 천장이나 보며 눈을 깜빡였다. 전부 꿈이었다. 그치, 아무래도. 아무래도 너무 생생한 꿈을 꾼 것 뿐이겠지…잠시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를 가늠하고 있자면 따르르르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자명종이 귀가 아플 정도의 소리를 요란하게 내기 시작했다. 세츠나는 이 날 만큼은 성가신 알람과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꼴사나운 행동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야, 오늘은 여름 합숙 출발일이니까. 지각하는 것보단 이렇게 꼴사나운 짓이라도 해서 제대로 기상할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니까…
…뭐, 별로 유쾌한 꿈은 아니었지만… 그 표정은 진심으로 좋았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압도적인 차이도, 다른 세계도 아니야. …난 너랑 같은 선상에 서서 같은 길을 달려 나가고 있어… …아, 기쁘다.”
지독하게 솔직하고 꾸밈 없는 감상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름 합숙은 길고, 준비해야 할 것은 많고…무엇보다 너에게 ‘늦~네! 자네는 좀 더 트레이너로서의 자각을 가지게나!’ 같은 투정을 듣지 않으려면 어서 준비해야 하니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샌가 여름 합숙의 산뜻한 출발을 알리듯 맑은 하늘에 아침 햇살이 느릿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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